자율주행차 개인정보 가이드라인 법령 (2024년 시행법령)
■자율주행차, 데이터는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2024년부터 대한민국에 새로운 법이 시행되었다. 이름하여 ‘자율주행차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이름만 들으면 약간 딱딱하고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법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게 될 미래의 교통수단, 자율주행차에 관한 아주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다. 바로 데이터 수집기다. 우리의 위치, 주행 습관, 탑승자 정보, 심지어는 대화 내용까지 기록될 수 있는 이 ‘스마트한 자동차’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어디까지 보호해 줄 수 있는지를 규정한 것이 바로 이 가이드라인이다.
■왜 자율주행차에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가?
기존의 자동차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고, 차량 내부에 있는 정보만 제한적으로 저장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다.
차량 외부의 카메라가 주변 차량과 사람을 촬영하고, 센서가 주행 패턴을 분석하며, AI가 실시간으로 운전자 및 탑승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차량에 설치된 마이크는 음성 명령을 인식하기 위해 대화를 듣고, 내비게이션은 위치와 목적지를 저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제조사나 IT 기업의 서버로 전송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보안이 허술하다면 해커나 악성 소프트웨어에 의해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주행 시스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법과 기준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 기술이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만드는 안전장치로서 법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2024년, 한국형 자율주행차 개인정보 가이드라인 등장
2024년부터 시행된 자율주행차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마련한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차 데이터 보호 지침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갖는다.
1. 자율주행차에서 수집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
2. 데이터 처리 및 보관 과정에서 지켜야 할 보안 절차 설정
3. 운전자 및 탑승자의 동의권·열람권·삭제권 보장
즉, 이제는 자동차 회사가 “기술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라고 단순히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보 주체인 개인에게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어디에 사용되며, 얼마 동안 저장되는지를 명확히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까?
이 가이드라인에는 꽤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카메라 촬영 범위 제한: 주변 사람이나 차량의 얼굴, 번호판 등이 식별되지 않도록 자동 모자이크 기능을 도입하거나, 최소한의 저장만 허용해야 한다.
•탑승자의 대화, 생체 정보 수집 시 고지 의무: 음성 인식, 생체 인증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명확한 동의 절차와 거부권을 제공해야 한다.
•주행 데이터의 보관 기간과 암호화 방식 제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 전송 과정은 반드시 암호화 처리해야 하며, 외부 업체와 공유 시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 설정 기능 강화: 차량 내에서 '데이터 수집 허용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차량이 똑똑해질수록, 사용자는 더 많은 권리와 선택권을 갖게 되는 구조다.
■기업은 부담, 소비자는 권리… 현실은 어떤가?
이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있는 법령은 아니며 ‘권고안’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국제 사회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점차 이 가이드라인을 사내 정책과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신형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이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개인정보 보호 모드, 데이터 삭제 기능 등을 추가하고 있다. 또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도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통일 보안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내 정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기 어렵고 통제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 차량 공유 서비스 등에서는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더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결론
정보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분명히 우리의 삶을 바꾸는 혁신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의 흐름과 기록은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2024년 시행된 자율주행차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첫 걸음이자, 우리가 기술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끌기 위한 사회적 장치다.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있어야 안전하듯, 정보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뿐 아니라, 그 속도 안에서 우리의 권리와 사생활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미래의 도로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데이터가 오가는 또 하나의 네트워크다.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함께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