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자율주행차와 교통 체증 – 더 나아질까, 더 막힐까?
■자율주행차, 교통 체증 해결사로 주목받다
도심의 출퇴근길, 반복되는 정체와 느린 이동 속도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왔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기술이 바로 ‘자율주행차’다.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교통 상황을 판단하고, 일정한 속도로 정밀하게 주행하며, 신호와 차선을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교통 흐름이 매끄러워지고, 사고가 줄며, 신호 대기 시간이 단축되어 교통 체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마치 컴퓨터가 주도하는 도로 위의 ‘교통 오케스트라’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론은 언제나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재 도심 도로는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가 뒤섞인 ‘혼합 교통 환경’이다.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너무 안전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행자가 횡단보도 근처에만 있어도 차량이 급정지하거나,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에 과하게 반응해 흐름을 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3 수준으로 아직 완전 자율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잦은 제동과 가속이 반복되어 오히려 정체를 유발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교차로나 골목처럼 복잡한 환경에서는 사람 운전자가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차는 판단을 미루거나 우회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차량이 도로에 나온다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자율주행차의 편리함이 오히려 차량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차를 더 자주 쓰게 되거나, 자율주행 택시·배달 차량·무인 배송로봇 등 도심 내 무인 이동 수단의 급증이 도로를 점령할 수 있다.
특히 “빈 차”의 이동, 즉 사용자가 타고 있지 않지만 차량이 혼자서 이동 중인 상황이 많아진다면, 기존 교통량보다 오히려 더 많은 차량이 도로를 점유하게 된다. 이는 ‘자율주행차는 교통 체증을 줄인다’는 주장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이다.
실제로 MIT 연구진은 “자율주행차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정체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체증을 줄이려면 ‘단독 기술’이 아닌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통 체증 문제를 단지 자율주행차 기술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불완전하다. 진짜 효과를 보려면 자율주행차와 함께 ‘스마트 교통 인프라’가 같이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호등과 차량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 실시간 정체 정보를 기반으로 경로를 자동 조정하는 AI 교통 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전용 차로의 도입 등 시스템 기반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차량 공유 시스템(카셰어링)과 연결된 자율주행 서비스가 확산되면, 개인 소유 차량 수를 줄여 도로 위 차량 총량을 통제할 수 있다.
이는 기술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가능한 방식이다.
■결국, 자율주행은 ‘교통 체증’이라는 사회적 숙제에 어떻게 답할까?
도심 자율주행차가 교통 체증을 완전히 없애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은 정체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 중 하나’라는 점이다.
다만 그 열쇠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시스템 설계와 정책적 방향, 사용자 행동 변화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단지 똑똑한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도시와 사람, 도로와 시간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통 체증은 단순한 도로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도시의 효율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