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탑승 시 멀미 문제 – 해결 가능한가?
■멀미의 시대가 돌아왔다?
운전 중 멀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불편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였기에, 전체 인구 중 일부만 영향을 받는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보편화는 이 문제를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화면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며 이동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운전자도 멀미를 겪는 동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멀미’는 소수의 불편이 아닌, 자율주행 시대의 보편적 사용자 경험(UX)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BMW·GM 등의 자율주행 시범 운행 보고서에는 “장거리 이동 중 멀미를 호소하는 탑승자 비율이 20~40%까지 나타났다”는 사례도 있다. 차량 자체는 안전하고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신체의 감각과 시각 정보의 불일치가 멀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율주행 멀미 문제는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기술의 대중화에 방해가 되는 실질적 장벽이 될 수 있다.
■왜 멀미가 생길까? – 자율주행에서 더 심해지는 이유
멀미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의 몸은 움직임을 시각, 내이(균형감각), 고유수용감각(몸의 위치감)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이 감각들이 서로 엇갈리는 순간, 뇌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구역질, 식은땀, 어지러움 등 멀미 증상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상황을 보자.
눈은 정적인 책을 보지만, 내이에서는 차량의 가속과 회전을 감지한다.
시각은 ‘가만히 있다’고 믿는데, 귓속은 ‘움직이고 있다’고 외치는 셈이다.
이 혼란이 바로 멀미의 본질이다.
자율주행차에서는 이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 운전자는 차의 가속·제동·회전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조작은 기계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기에 예측력이 떨어진다.
°비자연스러운 가감속: AI는 안전을 우선시하여 매우 보수적인 제동이나 회전을 실행한다. 이게 오히려 사람의 균형감각과 어긋나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시선의 자유도 증가: 운전을 하지 않으므로 자연히 책,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정적인 대상에 집중하게 되고, 멀미를 유발하는 환경이 완성된다.
■해법
1.자동차를 ‘멀미에 강한 구조’로 바꿔라
멀미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 접근은 물리적 설계 개선이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 특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차량의 움직임을 더 부드럽게 제어: AI 주행 알고리즘을 인간 운전자의 습관에 가깝게 설계하여, 예측 가능한 회전, 가속 패턴을 학습시킨다. 테슬라는 이를 ‘Soft Mode’로 테스트 중이다.
°좌석 방향 조절: 기존 차량은 모두 앞을 보게 설계되어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동그란 배치(원형 좌석, 리빙룸 구조)가 가능하다.
이때 모든 좌석에서 시선이 전방을 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멀미 감소에 효과적이다.
°차량 창의 크기 조절: 멀미는 외부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심해진다.
따라서 시야 확보를 위한 파노라마 창, 투명 OLED 유리창 등이 시범 적용되고 있다.
°차량 내 조명과 냄새 조절: 멀미 방지용 은은한 녹색 계열의 조명, 민트 향 조절 시스템도 탑재되고 있다.
2.사람의 뇌와 몸을 훈련시켜라
차량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간의 멀미 반응 자체를 줄이기 위한 의학적·인지적 접근도 함께 연구 중이다.
°멀미 예측 AI 시스템: 개인의 움직임, 심박수, 눈동자 움직임 등을 분석해 멀미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차량이 속도를 낮추거나 창문을 자동으로 열어주는 기능이 등장하고 있다.
°멀미 완화용 웨어러블: 프랑스 스타트업 ‘Bioserenity’는 귀에 부착하는 전기자극 패치를 통해 내이 신경 반응을 안정시켜 멀미를 예방하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디지털 시선 유도 장치: 현대모비스는 차량 내부에 눈동자 추적 센서와 시선 안내용 LED 패턴을 설치하여, 사용자의 시선을 멀미 유발 환경에서 벗어나게 유도한다.
°AR/VR 보조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나 증강현실 유리를 통해 도로 정보를 사용자 눈앞에 보여주어 시각과 운동감각의 불일치를 줄이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미래에는 멀미 없는 이동이 가능할까?
완전히 멀미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기술과 디자인, 의학이 함께 움직인다면 상당한 개선은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이동성'이 아니라, 차량 내부의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설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멀미 없는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다.
원격 근무를 위한 차량 사무실,
장거리 통학 차량,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복지 차량 등의 실현 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멀미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동 중 생산성 확보나 장거리 자동 운행의 효율성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진짜 완성은, ‘운전이 필요 없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쾌적하게 탑승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가 자동차 안에서 일을 하고,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미래가 오려면,
먼저 멀미 없는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