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데이터 스푸핑
■자율주행차의 데이터 스푸핑이란?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을 제어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센서 융합(fusion)을 통해 수집된 정밀한 데이터입니다.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GPS, 초음파 센서 등에서 들어온 정보는 차량 내 중앙처리장치(Central Processing Unit)나 자율주행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교환되면서 해킹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스푸핑(Data Spoofing)’은 해커가 시스템이 수신하는 데이터를 위조해 차량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공격입니다.
예를 들어, GPS 스푸핑은 차량이 실제와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며, 라이다 스푸핑은 존재하지 않는 장애물을 보여주는 식이죠.
자율주행 시스템은 입력 데이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이런 조작은 곧바로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커의 교묘한 접근 방식
데이터 스푸핑 공격은 주로 자율주행차와 외부 인프라 간의 무선 통신을 노리는 ‘중간자 공격(Man-in-the-Middle Attack)’ 또는 ‘리플레이 공격(Replay Attack)’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해커는 차량과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또는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사이에 개입해 위조된 데이터를 삽입하거나 과거에 수집한 정상 데이터를 재전송하는 식으로 차량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GPS 위성 신호는 대부분 암호화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공격에 취약하며, 해커는 신호 송출기의 위치만 조정해도 차량을 수십 미터 이상 오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카메라 데이터 조작도 현실화되고 있어, 신호등 색상이나 도로 표지 인식을 왜곡시킬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런 공격은 대부분 기존 통신 프로토콜의 취약점을 파고들거나 암호화 및 인증 절차가 부족한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며, 외부 침입을 탐지하지 못한 채 차량이 그대로 반응하는 상황을 유도합니다.
■데이터 스푸핑의 파급 효과
데이터 스푸핑은 자율주행차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서 도로 전체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GPS가 조작된 경우 차량은 엉뚱한 방향으로 주행하며, 차선 변경이나 교차로 진입 시 다른 차량과의 충돌 위험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또한 라이다 센서가 인식한 가짜 장애물로 인해 차량이 급정거하거나 회피 주행을 시도하면, 뒤따르던 차량과의 추돌이나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공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경우, 소비자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떨어지고, 기술 발전 자체를 가로막는 사회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법적, 정치적 이슈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기술적 대응 전략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데이터 스푸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송 데이터에 대한 무결성(integrity) 검증, 송신자 인증(authentication), 그리고 통신 채널의 암호화(encryption)가 핵심입니다.
예컨대, GNSS 신호에 대한 고정밀 암호화 기술(PNT security)을 적용하거나, V2X 통신에 PKI(Public Key Infrastructure)를 도입하면 위조된 신호의 수신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 내부적으로는 센서 간 상호 검증(cross-verification) 알고리즘을 통해 하나의 센서 데이터가 갑작스레 비정상적으로 변할 경우 다른 센서 정보와 비교해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면 실시간으로 평소와 다른 데이터 패턴이나 의심스러운 신호를 감지하고, 대응 조치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취약점 스캐닝(Vulnerability Scanning)’과 ‘침투 테스트(Penetration Test)’도 정기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모든 시스템은 OTA(Over-the-Air) 방식으로 신속히 보안 패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통합적 보안 생태계 구축
데이터 스푸핑 같은 위협은 단일 기술만으로는 막기 어렵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보안은 제조사, 보안 기업, 통신 인프라 제공자, 정부 기관이 협력해야 하는 총체적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선 국제적으로 통일된 사이버 보안 규격(예: ISO/SAE 21434, UNECE WP.29)을 바탕으로 보안 인증 체계를 확립하고, 각 단계에서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또, 보안 인식 교육과 위협 대응 훈련을 통해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보안 중심 설계(Secure by Design)’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보안을 구조적으로 반영해야만, 데이터 스푸핑을 비롯한 다양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차량과 이용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진정한 미래가 되기 위해선, 보안은 기술의 그림자가 아닌 빛이 되어야 합니다.